캐리비안의 해적: 블랙펄의 저주-캡틴 잭 스패로우에게 경례! [창고/영화볼 땐 조용히]감독: 고어 버빈스키Gore Verbinski (2003)
주연: 조니 뎁Johnny Depp (잭 스패로우Captine Jack Sparrow) 제프리 러쉬Geoffrey Rush (바르보사Barbossa) 올란도 블룸Orlando Bloom (윌 터너Will Turner) 카이라 나이틀리Keira Knightley (엘리자베스 스완Elizabeth Swann) 잭 대븐포트Jack Davenport (노링턴 제독Norrington) 조나단 프라이스Jonathan Pryce (웨더비 스완 총독Governor Weatherby Swann) 조이 살다나Zoe Saldana (아나마리아Anamaria) 질문 1. 이 영화 구조가 탄탄하다고 생각합니까?대답 1. 아니…그건 좀 아니라고 보는데; 어차피 치밀한 전개를 기대한 것은 아니었다. 무슨 내용인지 짐작은 할 수 없어도 칼이 나오고 해적이 나오고 해적선이 나오고 그림처럼 아름다운 바다로도 모자라 뜨거운 태양 아래 땅 밑에 묻힌 럼주 더미(보너스로 먼지가 뽀얗게 쌓이긴 했어도)가 나오는데 굳이 촘촘하게 잘 짜인 그물망 같은 하드보일드 서스펜스 액션 스릴러를 기대할 필요가 있냔 말이다. 잘만 하면 햇빛에 그을린 구릿빛 피부의 바다 사나이들의 땀방울과 그네들의 끈끈한 우정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사실 실제 영화에는 '구릿빛 피부의 바다 사나이' 대신 잔머리 굴리다 제 무덤 파는 한물 간 해적과 사랑과 정의를 외치며 뒷일은 생각도 않고 망망대해에 뛰어든 세상물정 모르는 순진한 청년이 엇박자로 서로를 치고 받으며 툭탁대고, 달빛 아래 아름답게 빛나야 할 남정네들의 근육 대신 누더기 옷을 걸치고 갑판을 청소하는 해골들만이 가득했지만 아무려면 어떤가. 질문 2. 영화를 다 보고 난 느낌은 어땠습니까? 대답 2. 범퍼카로 먼저 몸 풀고 바이킹 두 번 탄 다음 회전목마로 마무리한 느낌이랄까. 사실이 그랬다. 두 시간 넘게 내도록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어질어질한 느낌이었다면 굳이 이 영화를 두 번씩이나 보지 않았을 것이다. 상식적인 선에서 반 박자 정도 엇나가는 유머와 적절한 과장, 다른 영화에서라면 충분히 흠이 되었을 다소 느슨한 얼개 덕분에 [캐리비안의 해적: 블랙펄의 저주]는 중간에 아이들을 데리고 화장실에 다녀오고서도, 전후 사정을 애써 알려하지 않아도 온 가족이 연신 웃음을 터뜨리며 볼 수 있는 오락영화가 될 수 있었다. 극장 안에서 팝콘 뽀작대는 소리를 들으면 팝콘 봉투를 그 사람 머리 위에 덮어 씌워버리고 싶을 정도로 예민해지는 나조차도, 두 번째로 보러 갔을 때는 절로 팝콘과 콜라 생각이 떠올랐을 정도니까. [캐리비안의 해적: 블랙펄의 저주]에 나오는 인물들은 어느 정도 전형성을 띨 수밖에 없다. 왜? 이 영화는 '오락영화'니까. 100을 기대했다면 그 중에 80 정도는 예상과 들어맞아야 편하게 웃을 수 있는 법이다. 보는 사람의 뒷통수를 치는 의외의 인물이 나오면 그 순간부터 오락이 될 수는 없다. 이 영화는 그 80이라는 경계선을 묘하게 왔다갔다하며 사람들을 붙들어 놓는다. 게다가 영화의 반전이라든가 복선, 플롯 같은 것도 어지간한 사람들이라면 시작 30분만에 모든 것을 짐작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을 감수하고도 굳이 143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고 영화에 몰입할 수 있었던 이유는 역시 전형적인 인물의 틀을 최대한 살려낸 배우들의 호연 덕분이다. 하나를 보면 열을 짐작할 수 있을 정도의 순박한 캐릭터를 연기한 올랜도 블룸은 물론이고, 다소 무게감 있는 연기가 어울릴 법한 제프리 러쉬조차도 '바르보사'라는 1회성 캐릭터(어차피 죽어야 하는 인물이니까)를 가벼운 터치로 소화해내고 있다. 만약 제프리 러쉬가 [샤인]이나 [퀼스], [엘리자베스]에서처럼 그 존재감을 한껏 드러냈다고 생각해 보라. 그 순간 영화는 유쾌한 모험활극이 아니라 바르보사와 잭 스패로우의 피 튀기는 복수혈전이 되었을 것이다. 질문 3. 이 영화에서 무엇을 기대했습니까?대답 3. 조니 뎁!!!!!!! 대체 무슨 이유가 필요한가? 이 영화는 조니 뎁의 영화다. 물론 박력있는 바르보사를 연기한 제프리 러쉬를 무시하고자 하는 것도 아니고, 능청맞은 해적들 사이에서 이리저리 치이면서도 '엘리자베스~!'를 외치며 순진무구한 눈빛을 반짝반짝 빛내는 올란도 블룸을 낮게 평가하려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들을 다 합친다 해도, 캡틴 잭 스패로우라는 캐릭터가 풍기는 매력에는 당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대체 이 사람이 누구던가? 창백한 얼굴에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듯한 얼굴을 하고서 얼음을 조각해대던 그 청년이 맞는가? 가족들 뒷바라지에 치여서 숨막힐 듯한 하루하루를 보내며 미간을 찌푸리던 신경질적인 그 사람인가? 이번에는 꼭 제대로 세어보겠다고 벼르다가도 결국 몇 번을 기절했는지 세어 보는데 실패했을 정도로 쉴새없이 까무러치던 그 심약한 사람이란 말인가? 가라앉는 조각배의 돛대 위에서도 '나름대로' 엄숙한 표정을 지으며 낡아빠진 모자를 벗어들고 죽은 해적들에게 경건하게 조의를 표하는, 저 '캡틴 잭 스패로우'를 연기한 사람이 조니 뎁이라니, '캡틴 잭 스패로우'가 지금까지 조니 뎁을 연기해 왔던 게 아니고? 북쪽을 가리키지 못하는 나침반을 한 번 흘깃 쳐다보고서 콧노래를 부르는 그를 보며 내년, 내후년에 다시 '캡틴 잭 스패로우'를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에 설레었던 사람은 나뿐일까? 자, 뒷일이야 어찌 되었건 지금은 일단 잠시 접어두자. 아껴두었던 마지막 총알을 쏘고 다시 새 총알을 장전한 후, 북쪽이 아닌 '마음이 가리키는' 그만의 자유를 찾아 블랙펄을 이끌고 저 바다로 나가는 그에게 경례! 꼬리> 노링턴 제독, 당신이야말로 진정한 영국 신사요!! 2003.9.25. '창고 > 영화볼 땐 조용히'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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