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프(Rough)-물살을 가르고 그녀의 마음을 잡아라! [창고/만화, 나의 오아시스]지은이: 아다치 미츠루(あだち充)
출판사: 소학관(小學館)/대원씨아이 권수: 전12권 (1987~1989) 아다치 미츠루의 작품은 독특한 매력이 있다. 차이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비슷비슷한 전형적인 캐릭터, 그닥 꾸미지 않는 단순한 그림에서 느낄 수 있는 알 수 없는 섬세함, 서로를 바라보는 주인공의 눈에 담긴 애틋한 마음. "뭘, 이 작가 캐릭터는 다 똑같이 생겼잖아(『H2』에서 나오는 말)"라고 작가 스스로가 밝혔듯이 아다치 미츠루의 작품은 정말 전형적이다. 팔방미인인 단발머리 여주인공, 그녀를 좋아하는 남자주인공은 어딘가 부족한 면이 하나씩은 존재하고, 야구가 소재일 경우엔 보통 투수가 남자주인공이며, 이 투수는 타격도 좋아서 3번 타자를 맡고 있는 등등등(실제로 아다치 미츠루는 아마추어 야구단의 구단주이다). 그러나 이런 전형적인 구도를 그만의 독특한 연출과 철저한 서비스 정신, 탄탄한 스토리로 독자의 가슴을 쥐락펴락하는 작가가 바로 아다치 미츠루이다. 『러프』에도 예외없이 대결구도가 존재한다. 니노미야 아미를 사이에 두고 나까니시 히로끼와 야마토 케이스께가 삼각관계를 이루고, 이와 동시에 나까니시와 야마토 케이스께는 수영선수로서 라이벌 관계이다. 이런 이중의 구도는 니노미야 아미가 물에 빠진 그 순간 절묘하게 합쳐지게 된다. "다음에 물에 빠진 아미를 구하는 건 절대적으로 저이고 싶습니다. 그것뿐입니다"―라는 케이스께의 말. 그것만으로도 아미를 향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기엔 충분한 것이다. 게다가 『러프』는 아다치 미츠루의 다른 작품들과 비교했을 때 특이하게 남자주인공과 여자주인공의 마음이 확연히 드러나 있는 작품이다. "한 마디 해도 되냐? 나 널 좋아해." "나도..." 『H2』를 보면서 '히까리냐 하루까냐'를 두고 팬들이 한바탕 설전을 벌이고 완결 이후에도 '히로는 히데오와 히까리를 위해 포기한 것이다', '아니다, 하루까에 대한 마음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울긴 왜 우냐?? -_-++' 등등의 온갖 추측이 난무했던 것을 기억하는 팬들은 『러프』의 확실한 맺음을 더욱 선호할 것이다(본인이 그렇다). 히로끼의 부상을 보고서도 케이스께를 좋아한다는 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아미와, 그런 아미의 고통을 알면서도 좋아한다고 고백하는 케이스께의 단호함.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꽤 긴 편이지만 『러프』는 속도감 있는 전개로 무리 없이 결말에 다다른다(속도감 있는 전개는 『러프』 최대의 장점이기도 하다). 스타트 총성이 울리고 때마침 작동하는 워크맨에서 흘러나오는 아미의 목소리. 그리고 바로 전환되는 장면은 그들의 여름이 끝나고 낙엽을 쓸고 있는 학생들의 모습이다. 아다치 미츠루 특유의 여운을 남기는 결말 중에서도 더없이 산뜻한, 누구나 인정할 수 밖에 없는 결말이 아닌가. 『터치』가 그토록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던 이유 중 하나는 죽은 동생과 대결해야 하는 대결구도에 있었다. 라이벌이 눈앞에 있고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가 누구에게 더 기울어지는가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으면 오히려 좋으련만, 『터치』의 타츠야(하늘)는 계속 공을 던지고 실력을 쌓아가면서도 죽은 동생에 대한 죄책감과 미나미(시내)에 대한 마음 사이에서 계속 갈등할 수밖에 없었다. 보는 사람은 재미있다. 그러나 또한 고통스럽다. 타츠야에게 계속 감정이입이 될수록, 그의 실력이 날마다 쌓일 수록, 이미 존재하지 않는 라이벌에게 도전해야만 하는 그 막막함이란 정말 견디기 힘들다. 물론 이 점이 『터치』를 더욱 빛나게 한다는 점에는 이의가 없지만 그만큼 울게 되고, 빠져 나오기 힘들게 되어버린다. 그러나 『러프』는 그렇지 않다. 나까니시 히로끼의 부상으로 긴장은 고조되지만, 독자는 아미와 케이스께의 마음을 의심하지 않는다. "우연도 계속되면 인연"이라는 오가따의 말처럼, 아다치 미츠루는 두 사람의 관계발전을 위한 복선을 충분히 깔아놓아 독자를 배려하고 있다. 누구보다도 빨리 헤엄쳐서 저 너머의 그녀를 구해내는 것, 그들의 여름이 한층 더 빛나는 이유이기도 하다. 2001.5.6. '창고 > 만화, 나의 오아시스'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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