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마을 다이어리 [창고/만화, 나의 오아시스]『바나나 피시』, 『야차』, 『러버스 키스』, 『길상천녀』, 『이브의 잠』…. 지금까지 국내에 소개된 요시다 아키미의 작품들이다. 카리스마 넘치고 강렬한 매력의 소유자인 주인공과 그가 만들어내는 선 굵은 이야기들,호쾌하고 속도감 넘치는 빠른 이야기 전개, 그럼에도 놓치지 않는 섬세한 감성은 요시다 아키미의 작품을 읽어본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일맥상통한 특징이랄 수 있겠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지금 얘기하려는 『바닷마을 다이어리』는 다소 그 특징과는 거리를 두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쉴 새 없이 한참을 줄곧 앞만을 보며 달려왔던 작가가 이제는 지금까지 달려온 길을 되돌아보며 잠시 숨을 고르고 싶어졌던 걸까? 『바닷마을 다이어리』는 대도시에서 벗어난 카마쿠라의 조그만 한 마을, 그 마을에 살고 있는 4자매의 이야기를 아주 조금씩, 서둘지 않고 조곤조곤 풀어내고 있다. 사실 따지고 보면 마냥 온화하기만 한 이야기는 아니다. 어릴 적 헤어진 부모님, 그로 인해 나타난 배다른 여동생, 지금까지도 원만하지 않은 친어머니와의 관계…. 일일연속극에서나 나올 법한 갈등의 요소들은 죄다 들어가 있다고 봐도 되겠다. 얽히고설킨 감정의 실타래들 사이에서 4자매는 조금씩 엉킨 매듭을 풀어보려고도 하고, 싹둑 잘라내 보려고도 하고, 오히려 매듭을 더 꽁꽁 묶어버리기도 하면서 더 이상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 없는 관계를 굳혀나가고 지금까지 없던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간다. 이 작품이 내게 더욱 새롭고 또 남다르게 받아들여지는 이유는 바로 작가가 다름아닌 요시다 아키미라는 사실 때문이다. 그나마 『러버스 키스』의 경우 다른 작품에 비해 비교적 일상을 다룬 작품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가질 수도 있겠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러버스 키스』 역시 한창 예민한 사춘기 청소년들의 시종일관 팽팽한 긴장감과 연애감정이 줄타기를 한다는 점에서 그다지 녹록하고 잔잔한 작품이라고만은 볼 수 없다. 『길상천녀』와 『바나나 피시』의 작가가 동일인이라면 아, 그렇구나 하고 쉽게 납득이 가지만 『바닷마을 다이어리』의 경우 아, 이 작가가 이런 작품도? 라는 놀라움이 먼저 와닿는다고나 할까. 그래서일까? 『바닷마을 다이어리』의 등장인물들은 요시다 아키미의 전작에 비해 날카롭고 예민한 느낌이 덜하고 좀 더 부드럽고 동글동글한 그림체로 묘사되어 있다. 아슬아슬하게 스릴 넘치는 속도감을 자랑하며 독자들의 심장을 쥐락펴락했던 작가가, 이제는 따스한 차 한잔을 앞에 두고 입가에 흐뭇한 미소를 머금은 채 느긋하게 손을 풀어가며, 관록의 펜에 여유의 잉크를 찍어 한 장 한 장 원고지를 채워나가는 느낌이랄까. 그럼에도 마음 한 구석을 아릿하게 만드는 그 힘은 여전해서, 과연 대가의 작품답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마라톤 풀코스 완주를 몇 번이나 경험한 베테랑 마라토너가 가벼운 물통 하나 옆에 차고 한적한 둘레길을 찬찬히 거니는 듯한 분위기, 등장인물들이 엮어내는 갈등과 감정의 앙금을 애써 풀어내고 희석시키려 하기보다는 오히려 마음 한 구석에 간직한 채, 그것에 얽매이지 않고 그걸 딛고서 또 한 뼘 성장하는 계기로 승화시키는 작가의 호흡 조절은 여전히 탁월해서 긴박감넘치는 연출이 아님에도 과연, 이라는 감탄사를 내뱉게 만든다. 믿고 있던 작가의 저력을 전혀 생각지 못한 부분에서 재확인했을 때의 그 기쁨을 무어라 표현할 수 있을까. 요시다 아키미라는 작가에 대한 신뢰를 다시 한번 굳힐 수 있다는 점에서 『바닷마을 다이어리』는 기존의 요시다 아키미 팬들에게 『바나나 피시』 못지 않게 소중한 작품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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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2/25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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