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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1/31   에반게리온 신극장판 : 서(序)-그 새로운 시작  (5)
에반게리온 신극장판 : 서(序)-그 새로운 시작 [창고/애니, 쉼없는 동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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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10년 전에, 그러니까 일본 애니메이션을 큰 화면에서 보기 위해서는 입소문으로 PC통신으로 알음알음 알아낸 각 대학교의 만화/애니동아리나 동호회에서 개최하는 상영회를 일일이 찾아다녀야만 했던 그때에도, [신세기 에반게리온]은 늘 애니 팬들의 인기와 관심의 한가운데에 자리하고 있었다. 에바, AT 필드, 인류보완계획, 세컨드임팩트, 사도, 아담, 리리스…. 그때나 지금이나 무엇 하나 ‘이것이다’라고 명확히 단정내릴 수 없는 [에바]의 구성요소들은 숱한 의문점들을 남겼고 그로 인해 팬들은 저마다의 가설과 분석을 토대로 새롭게 [에바]를 해석하고 받아들이곤 했다. 그렇게 10여년이 지나, 2007년 공개된 [에반게리온 신극장판 : 서(序)]. 기존의 TV판과 비교해서 크게 달라진 부분은 없고 여전히 명쾌하게 설명해주는 부분은 없지만 [에바]의 팬들이라면 아마 열의 여덟, 아홉은 10년 전과 마찬가지로 열광했으리라 생각된다.

그럼, 과연 나는 어떠한가? 적어도 두 번째 극장판인 [파(破)]를 보기 전까지는 [서(序)]의 자세한 감상을 잠시 미루어야 할 것만 같다. 물론 익숙한 장면들은 더없이 반가웠고, 훨씬 더 세련된 그래픽은 10년의 세월을 실감케 했으며, TV판과 달라진 부분에서는 조금 놀라기도 했고, 아스카가 끝까지 등장하지 않았다는 것에 분노하기는 했으나 그 모든 감정들은 [파(破)]의 예고편을 본 다음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 차분히 가라앉아 기대감으로 마무리되었다.

TV판과 [데스&리버스], [엔드 오브 에바]까지 모두 보기는 했으나 정작 ‘에바’ 자체에 대한 지식은 거의 전무한, 그러나 평범한 일반관객보다는 훨씬 많은 정보를 알고 있는 어정쩡한 위치(즉, 본인)에서 본 [신극장판 서(序)]는 기존의 팬들과 새로운 팬들 모두를 아우르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쏟아 부은 새로운 극장판이다(괜히 제목에 ‘신극장판’이 붙은 게 아니다). 일단 그 문제의 ‘인류보완계획’이나 아담과 리리스, 롱기누스의 창 등에 대해 전혀 모른다 해도 [신극장판 서(序)]를 즐기기에는 별 무리가 없다. 아니, 사실 몰라도 된다. [서(序)]로 시작되는 신극장판이 지향하고자 하는 바는 기존의 TV판 및 극장판과는 꽤 다를 것이고, 또 달라질 수밖에 없을 것이므로. (무식하다면 용감하다 해야 할지) 이렇게까지 확신할 수 있는 이유는 10년 전 처음 ‘에바’를 접하고 거의 충격에 가까운 느낌을 받았던 그때와 나와 지금의 내가 다르기 때문이고, 에바를 만들어 낸 총감독인 안노 히데아키 역시 10년 전의 그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 10년의 차이가 [서(序)]를 좀 더 ‘친절한’ 작품으로 만들었는지도 모르겠다. 겐도는 여전히 괴팍하고, 리츠코는 여전히 시니컬하며, 레이는 여전히 속을 알 수 없고, 신지는 여전히 찌질하지만― TV판의 주요장면들을 긴박하게 재구성했음에도 불구하고 [서(序)]는 한결 여유롭기까지 하다. 혹자는 그 여유로움을 아무 변화없음으로 받아들이고 언짢아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서(序)]의 알 수 없는 여유가 바로 [파(破)]를 위한 긴 숨고르기이자 도약을 위한 도움닫기였다는 것이 [파(破)]의 예고편에서 비로소 명확해진다.

어쩌면 그 점이 바로 [서(序)]가 품을 수밖에 없는 한계점일지도 모른다. 기존의 팬들을 납득시키고 새로운 팬들을 이해시키기 위해서, 10년이라는 세월의 변화를 설명하기 위해서. 부딪히고 깨지며 한없이 내면의 늪에 빠져만 들어가던 신지에게 감정이입하며 함께 괴로워하던 10년 전의 나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그때의 나보다 한 발짝, 아니 다만 반 발짝만이라도 더 나아간 내가 있고, 또 그렇게 함께 나아갈 신지를 기대한다. 그것은 시간의 흐름이 가져다주는 선물. 신지에게도, 레이에게도, 아스카에게도, 카오루에게도, 그리고 안노 히데아키와 그때 다같이 열광했던 수많은 팬들에게도 모두 공평하게 나누어지는 축복. [서(序)]를 본 후의 이 안정된 느낌이 [파(破)]에서 어떻게 휘저어질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지만, 그래서 더욱 두렵기도 하지만― 적어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그저 만족과 기대감 속에 젖어들고 싶다.


꼬리>그런데 어찌 된 게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글은 그다지 나아진 게 없고나. -_-


2008. 1.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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